목차
1. 항공정비사의 꿈을 가진 계기
2. 바보 같은 선택
3. 돈을 벌어 보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
4.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5. 군대에서 갓생 살기
6. 진에어 합격 및 근황
7. 마치며
항공정비사의 꿈을 가진 계기
저의 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생 시절 C언어 동아리 대표, 아두이노 교육 프로그램, 스크래치 공부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저의 지식을 쌓아 왔습니다.
그러나 확고했던 제 목표는 3학년 때 대학을 소개하러 오신 교수님의 말씀으로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항공정비사는 단순히 비행기를 고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직업입니다.
그 말에 저의 뇌는 번뜩였습니다. 평소 기계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단 한 번도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해 쌓아온 것이 있었지만 진로를 고민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늘부로 항공정비사가 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바보 같은 선택
하지만 문제는 저의 성적이었습니다. 공부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했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성적, 평균 내신 4점대... 공부보다는 게임을 더 좋아했던 나에게는 공부란 참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학기 초부터 기록을 쌓아 학생부 종합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런데, 중학생때 부터 다니던 학원에서 학생부 교과로 내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적극 추천하셨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종합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이 들었고, 주위 친구들도 종합전형으로 왜 안 가냐고 궁금해했지만, 학원에서 많은 학생들을 좋은 대학으로 보냈던 이력이 있었기에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저에게는 거역하기란 참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성적에 맞는 학교를 찾아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항공기계공학과 1곳, 컴퓨터공학과 5곳을 제출하였고, 다행히 항공기계공학과를 포함해 3군데에 합격하여 항공정비사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돈을 벌어 보자
대학 입학을 확정해 두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학교에 노트북을 가져와서 게임을 하기도 했고, 운전면허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전부터 성인이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르바이트였습니다. 부모님 손을 빌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사는 것,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생도 쉽게 고용하면서 돈을 많이 주는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옥천 허브로 향하는 버스에 홀로 몸을 실었습니다. 처음으로 돈을 벌어본다는 마음에 설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선배들은 퉁명스럽게 대했고, 서로 돕기는커녕 텃세를 부렸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식사였습니다. 콩나물 한 줄기가 전부인 국과 몇 가지 반찬은 상상 이상으로 허술했습니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꾹 참고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꽁꽁 얼어붙은 장갑과 헬멧을 끼고 일하는 순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드디어 지옥같은 시간이 끝이 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매일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제가 눈을 뜨기도 전에 일을 하러 가셨고, 어머니는 일하고 오시면 씻는 것도 미뤄둔 채 밀린 집안일과 식사를 차리셨습니다. 이때동안 제가 받는 혜택을 당연스럽게 여겼습니다. 심지어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며, 저는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자.
그 다짐을 시작으로 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는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되었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안 하려던 공부를 시작하려니 참 어려웠습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모르는 건 바로바로 교수님께 질문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역학 수업을 통해 공부의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숫자와 공식으로 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 덕분에 처음으로 학급 1등을 경험했고, 앞으로 어떤 일이든 노력을 하면 이뤄낼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 또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갓생 살기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육군 헬기정비병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부대에 배치되었을 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눈치가 많이 보였지만, 열심히 군 생활을 하면서 선임과 간부님들의 신뢰를 얻게 되었면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정비 시간을 활용해 토익 875점, 한국사 3급, 지게차 자격증과 태권도 1단까지 따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군인으로서의 본분에도 충실히 임하며, 중대장 훈련병, 특급전사, 유격조교, 분대장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조종사께서 "군생활 잘 맞는 것 같은데 항공준사관 지원하는 것은 어때?" 라며 저에게 직업을 추천해 주셨고, 항공정비사와 항공준사관 모두 높은 영어점수를 필요로 했기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볼까 라며 기세 좋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역사 과목을 정말 싫어했던 터라, 한국사 시험은 저에게 큰 산이었습니다. 돌멩이 시대 이후로는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남들이 한 달 만에 딴다는 한국사 3급 자격증을 무려 다섯 달이나 공부해야 겨우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조종사분들께서 저에게 큰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정보를 공유하며 많이 도와주셨지만, 토론 면접을 절면서 아쉽게도 항공준사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진에어 합격 및 근황
군 생활을 마칠 즈음, 운 좋게 항공사에서 대규모 채용이 진행되었습니다. 혼자 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대학교 취업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준비했고, 비교적 수월하게 서류 전형과 면접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티웨이항공과 대한항공에는 아쉽게 1차에서 탈락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준비한 결과 진에어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신체검사를 마무리하고 현재는 항공정비사로서 빠르게 적응하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예전에 공부했던 항공정비사 자격증 관련 자료들을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보람을 위해 아동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일이 저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마치며
앞으로 제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제가 배운 것들을 스스로 복습하는 것은 물론이며, 항공정비사를 꿈꾸거나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제 경험을 공유하여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